휴일 일기
from slow diary 2010/02/08 09:54


흐린 날의 기압처럼 온 몸을 누르고 있던 감기기운이 새벽같이 찾아왔다.
휴일엔 늦잠을 자야하는데..
허밍처럼 내뱉으며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우드브러쉬로 머리칼을 정리한다.
건조함 탓에 버석거리는 끝을 정성스레 정리하고
클렌징 오일로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낸다.
몸은 덜 깨어있지만, 오일로 닦아낸 얼굴은 이미 하얗게 깨어있다.
다크 그레이 스타킹을 빈틈없이 싹,싹, 올려주고 검은 면 원피스를 뒤집어 쓴다.
두툼한 니트 재킷을 걸치고, 레그워머를 신고나선
거울을 한참.
보고 나선 다시,
검은 면바지와 긴흰면티와 반팔흰면티를 레이어드하고
기다란 니트 가디건을 걸친다.

토너를 얼굴에 치익, 뿌리고 지긋이 눌러준다.
손가락 듬뿍 수분크림을 떠내 시간을 들여 바르고,
프라이머를 쓱쓱 고루 펴바른다.
얼굴에 톡톡 파운데이션을 두드리고
눈썹을 정리.

공기가 차고, 바람이 드는 날은 눈이 시큰거린다.
빵집에서 자연발효무화과빵을 사들고
책을 고른다.
'백석의 맛'을 집어들었다가, '게으른 즐거움'을 발견한다.
두권을 내려놓고,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를 집어들어 속표지를 확인하고 계산을 한다.
록시땅에 들러 페이스 미스트와 헤어 컨디셔너를 번잡스럽게 사고는
나폴레옹 한 조각을 사서 2820호로 향한다.
빵,책,화장품에 짓눌린 발을 흐르는 물에 씻어주고
깨끗히 정리된 침대에 눕는다.

휴일,
그리고 뜨끈한 물이 담긴 욕조 안에서 읽는 '4월의 어느 맑은..'


2월초의 아침 6시 48분은 파랗지도, 하얗지도 않다.
몸을 가볍게 정리하고 읽던 책을 끼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다.
스크램블드 에그, 베이컨 두조각, 미니크로와상, 호밀빵 한조각, 우메보시 하나, 사과쥬스, 커피 한잔을 
40페이지를 읽을 동안 천천히 입에서 목으로, 넘긴다.
바나나 반조각, 파인애플 두조각을 가지러 간 사이
옆테이블의 단정한 일본남자는 읽고 있던 목을 빼어
내가 읽던 책의 제목을 확인한다.
5페이지를 읽고, 라즈베리잼이 얹혀진 패스츄리를 하나 집어와
다시 채워진 커피 한잔과 함께 먹는다.





고요히 흘러간 토요일과 일요일의 기나긴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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